은퇴를 하게 되면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축하와 격려 같은 것을 받게 된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둥, 이제 여행다니고 좀 쉬라는 둥.
마치 금의환양한 사업가나 참전용사가 받을 법한 멘트에 감정이 동요돼서 눈물도 찔끔 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은퇴자는 그렇게 대단한 고생을 하지 않았다.
워워... 너무 흥분하지 말자.
나 역시 1만명 넘는 기업에서 부대낄 만큼 부대낀 사람이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은 해야 하니까, 성실했다고는 치자.
그러나 안전한 직장에서 뭐 그리 치열하게 살았을까.
나는 은퇴자들의 수고에 대해서 어떤 리스펙트가 없다.
이미 은퇴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말년에 널널하게 눈곱만큼의 치열함도 없이 눈치나 살살 보면서 좋은 기회만 찾다가
때 되면 그 기회를 잡고 나온 사람들이 아마 대부분이다.
특히 짬밥 좀 먹은 말년들이 마지막까지 회사를 위해 한 몸 불사르기는 김정은이 인권운동 하는 것보다 어렵다.
물론 가족이나 회사 밖에서는 그런거 모르니 고생했다 어쨌다 추앙해 주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그래도 가족 때문에 중간에 때려치지 않고 그 지겨운 시간들을 버틴 것에 대해서 "수고했다"정도는 말해줄 수 있겠다.
아무튼, 진실을 말했다고 너무 삐치지는 말고.
이제부터 은퇴 초보자들과 방향을 잃은 자들이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하는지 뼈 때려 주겠다.
이제 여행다니고 놀겠다고? 미친놈.
그동안 여행 안 다녔나? 그동안 회사 다니느라 못 놀았나?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것은 개소리입니다"라고 복창하자.
그대들이 뼈저리게 각성해야 할 것은,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다.
그동안 회사에서 탱자탱자 놀고 인생을 낭비하고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한다.
우리나라 남자 수명이 80 정도라고 보면, 70까지는 좀 뛰어다닐 수 있다고 봐도 20년도 안 남은 것이다.
여행 다니고 많이 놀아봤으니 알겠지만,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휴식 뒤에는 공허함이 남게 된다.
앞으로 그럴 개연성이 높은 status가 되었으므로 강렬한 공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건 치열함 뿐이다.
회사 다니는 수십 년 동안, 물론 은퇴자 대부분은 그래본 적이 없어서 기억나지 않겠지만, 잠시 동안은 빡세게 일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 올라오는 만족감 같은 거 기억나나?
가장 좋은 인생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사는 것이다.
내가 어딘가에 쓸모가 있었다고 느끼고, 뭔가를 가슴 가득 채웠다고 느끼는 그 과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길이다.
그렇게 살다가 죽는게, 아 오늘 만날 사람도 없고 방바닥만 닦다가 죽게 되네... 하는 상황보다 훨 바람직하다.
노인들한테 뭘 하시냐고 그냥 쉬시라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인생을 더 나락으로 몰아가라는 말이다.
겉으로는 졸라 공경하는 척 하면서 말이지.
30년 후에 병원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자. 하얀 석고보드에 형광등이 붙어 있는 천장.
주변에는 가족이 서있는지 아닌지 감도 안 오는데, 분명한 건 이제 곧 나의 존재는 없었던 일로 되는 순간이다.
재수 없는 얘기라고?
무식한 소리 하지 말고.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인생의 대부분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데 써야 한다.
당신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당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극히 적고, 있어도 오래 가지 않는다.
당신은 그냥 애초에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한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는 일 없이 아주 싹싹 비벼서 잘 쓰고 간다는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충만감이다.
TV 앞에서 멍 때리고 있지 말고, 글을 쓰거나 자료를 찾거나 학습을 해라.
운동을 배우거나, 컴퓨터로 영상편집을 하거나, 그림을 그려봐라.
챗gpt로 영어를 배우거나, 요리를 배워라.
하다 못해 동네에서 담배 꽁초라도 주워라.
제일 좋은 것은 돈 받고 일하는 것이다.
하루 몇 시간이라도 돈 받고 일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정 없으면 공짜로 일해주는 봉사활동도 좋다.
중요한 건, 소중한 인생을 무쓸모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다 버린다는 기분이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뭔가를 배우거나, 뭔가를 창출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퇴직금으로 나도 사장 소리 한 번 들어봐야지 해서 프랜차이즈나 뭘 기획하는 것도 좋다.
물론 대부분 말아먹을 것이고, 말리고 싶지만,
베란다나 아파트 귀퉁이에서 담배나 빨아대는 일은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남은 시간을 내다 버리지 마라.
하루 종일을 태워 버리는 골프 같은 만남은 피해라. 왜 인생을 이런 데다가 낭비하나.
어디서 노는 것도 하루 몇 시간이지 아주 올데이 올나잇으로 뽕을 뽑지는 마라.
차라리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해 주거나, 독서를 하거나 해서 자신을 더 높은 경지로 올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아주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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